혼자 떠난 제주도, 그 길 위의 나를 만났다

🌿 감정 에세이
혼자 떠난 제주도, 그 길 위의 나를 만났다
– 나의 마음을 마주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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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다녀온 여행이 자꾸 떠올랐다.
바람 소리, 낯선 길, 그리고 고요했던 내 마음.

그때 그 길 위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조금 더 솔직했던 것 같아서.

잊지 못한 건 풍경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 때문이었다.


며칠 전부터 모든 게 버거웠다.
일상이라는 이름의 반복된 틀 안에서
나는 조금씩 말라가고 있었다.

출근길마다
심장이 무거워졌고,
하루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지친 마음으로
하루를 견뎌야 했다.

“이게 맞는 걸까?”
질문이 자주 떠올랐다.
하지만 답은 들을 틈도 없이
다음 일들이 밀려왔다.

그러다,
문득 떠났다.

혼자서.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고,
어떤 계획도 없이,
비행기 표 한 장을 끊었다.


제주도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아무 느낌이 없었다.
늘 설레던 곳인데,
이번엔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

그저,
어디든 나 아닌 곳에 있고 싶었다.
나 아닌 누군가가 되어
이 며칠만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렌터카의 시동을 걸고
어느 길이든 상관없이 달렸다.
라디오는 조용했고,
내 마음은 더 조용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때,
비로소 마음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서귀포 근처의 어느 작은 해변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오후.
백사장에 앉아 바라본 바다는
잔잔했다.

햇살이 눈부셨고,
나는 모래 위에 손을 묻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오래 앉아 있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을까.
아니,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걸까.

눈물이 났다.
소리 없이,
바람결에 스치듯,
가만히 흘렀다.


왜 그렇게 울었는지 모르겠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그동안 너무 괜찮은 척을 했던 걸까.

내가 감당해온 것들이
작지 않았다는 걸,
이제야 인정하게 된 것 같았다.

“참는다고 다 괜찮아지는 건 아니야.”

나는 내게 너무 무심했다.
필요한 말도 건네지 않았고
위로도 없이 달리기만 했다.
잘해야 한다는 강박,
누군가에게 실망 주지 말아야 한다는 부담.

그 모든 게
조용한 바다 앞에서
무너져 내렸다.


하루는 그렇게 흘렀고,
나는 그 다음 날도 혼자 길을 나섰다.
이번엔 오름을 올랐다.

숨이 차오를 때마다
나의 삶도 그랬다는 걸 느꼈다.
천천히 올라가야 하는데
나는 늘 빨리 오르려 했다.

정상에 다다랐을 때,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그 바람에,
내 안의 꽉 막혔던 감정이
어디론가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그 며칠 간의 제주에서
나는 참 많이 걸었다.
많이 울었고,
무언가를 억지로 기억하려 애쓰지 않고
그냥 흘러가게 뒀다.

그리고 알게 됐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 되려고
늘 나를 꾸며왔다는 걸.

사실 나는,
그냥 나로서도 괜찮았다는 걸.

“누군가가 아니라,
내가 나를 안아줄 수 있어야
진짜 괜찮아질 수 있다.”


혼자 떠난 여행이
이토록 내 안을 비추는 시간이 될 줄 몰랐다.

가끔은 이렇게
아무런 계획 없이 떠나도 괜찮다.
그 끝에
진짜 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창밖을 오랫동안 바라봤다.
구름 위의 세상은 평화로웠다.
그 모습이 꼭
회복 중인 내 마음 같았다.

이제 나는 자주 물어볼 것이다.

“괜찮아?”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건 뭐야?”

그 질문을 놓지 않기로 했다.
그게,
나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걸
이제야 알았으니까.


오늘도 무심한 듯 흘러가는 하루지만,
그 안에서도
내 마음을 잊지 않기로 했다.

혼자 떠났던 제주도,
그 길 위의 내가
지금도 내 안에 살아 있다는 걸 아니까.


“회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야.
나의 감정을 허락하는 순간,
그게 곧 회복의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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