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흩날리던 진해에서, 우리 봄은 시작되었다

“벚꽃이 만개한 날, 사람보다 바람이 더 가까웠다. 그리고 너는 내 옆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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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해라는 계절에 대하여

진해라는 도시는,
‘장소’보다 ‘계절’에 가깝다.

특히 봄.
4월 초, 벚꽃이 터지는 순간부터
그 도시는 도시가 아니라
한 편의 장면이 된다.

진해를 처음 찾은 건 4월 3일,
군항제가 막 시작된 시기였다.
서울에선 아직 패딩을 입고 있었지만,
그곳은 계절이 앞서 있었다.
그리고 벚꽃은, 마치 한 번에 펑 하고
도시 전체를 감싸 안은 것처럼 피어 있었다.

그 날,
우리는 봄이라는 계절을 ‘날씨’가 아니라 ‘사람’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 걷는다, 말없이. 그래도 우리는 함께였다

진해역에서 내리자마자,
공기에서 벚꽃 냄새가 났다.

정확히 말하자면,
물비린내에 젖은 봄 냄새.
꽃잎과 바람, 그리고 먼 바다의 소금기.
그게 진해의 공기였다.

우리는 말없이 걷기 시작했다.
‘경화역 벚꽃길’은 사람들로 붐볐지만,
그 틈에도 바람은 있었고,
그 바람이 흩날리는 꽃잎을 품었다.

네가 말했다.
“그냥 계속 걸을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필요 없던 순간이었다.

그날 우리는 ‘어디로 걷는가’보다 ‘누구와 걷는가’를 더 신경 썼다.

📸 스쳐가는 풍경보다, 남겨진 표정

사람들은 셀카를 찍고,
SNS용 인증샷을 남기느라 분주했지만
우리는 조용히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대신 서로를 바라봤다.
벚꽃 사이에 스며든 네 표정을.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그때의 장면은 뇌에 저장되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진짜 여행은, ‘남기기 위한 기록’이 아니라 ‘잊히지 않는 순간’으로 남는다는 걸 그날 알았다.

🫖 다정한 침묵의 온도

경화역을 지나
여좌천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벚꽃은 점점 짙어졌고,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희미해졌다.

조용히 흐르는 물,
그 위로 꽃잎이 수없이 떨어졌다.
그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
우리는 동시에 멈춰 섰다.

그 순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건 분명히 나중에 생각날 거야. 어디서든, 어떤 이유로든, 이 장면이 다시 떠오를 거야.”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네가 말했다.
“나중에 또 오자.”

나는 말없이 웃었다.
그리고 그 침묵에
모든 감정이 녹아 있었다.

🚂 돌아오는 열차 안에서

진해를 빠져나오는 길,
우리는 창밖만 바라봤다.

손을 잡지도 않았고,
무언가 특별한 말을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날의 가장 따뜻한 온도는 그 침묵 속에 있었다.

기차는 점점 북쪽으로 달리고,
벚꽃은 뒤로 사라져갔지만,
우리 안에는 봄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봄은,
진해라는 이름으로 기억되었다.

📍 여행 그 이후의 시간들

그해 봄 이후,
우리의 삶은 각자 바빠졌고
예상치 못한 선택과 방향으로 흘러갔다.

어떤 날은 연락이 며칠씩 끊겼고
어떤 날은 밤늦게야 짧은 안부만 주고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이에는 하나의 단단한 기억이 있었다.

진해에서 함께한 봄. 벚꽃이 절정에 닿았던 그 날, 우리는 같은 장면 안에 있었다.

그건 마치
가장 예쁜 계절을 공유한 사람만이 갖는
특권 같은 거였다.

✨ 계절은 반복되지만, 기억은 한 번이다

벚꽃은 매년 핀다.
진해 군항제는 매년 열린다.

하지만
그때의 너와 나,
그때의 대화,
그때의 날씨,
그때의 감정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래서 여행은 소중하다.
그 순간의 우리는
두 번 다시 없으니까.

벚꽃보다 귀한 건 그 벚꽃을 함께 바라본 사람의 표정이라는 걸, 나는 진해에서 배웠다.

📝 기록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이 글을 쓰는 건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그 순간을 붙잡기 위함이다.

봄은 매년 오지만,
그날의 벚꽃과 감정은 한 번뿐이니까.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진해에 가본 적 있다면,
그 순간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그때의 감정,
그때의 침묵,
그리고 그때의 옆 사람.

지금은 곁에 없을 수도 있지만
분명 그 봄은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을 거예요.

“벚꽃은 떨어지는 게 끝이 아니라
마음속 어딘가에서 여전히 피고 있다.”